2010년에 군에 입대했을 당시 훈련소에서 만난 형들에게서 만화 중의 최고의 만화라며 소개 받았던 베르세르크라는 만화가 있었습니다.
훈련소는 사회와 단절되어 있었기 때문에 형들이 말해주는 내용만 들으면서 어떤 만화일지 상상하곤 했었습니다.
그러다 자대에 가서는 병사 생활하기 바빴기에 자연스레 잊었고, 2012년에 전역하고 나서야 베르세르크라는 만화를 접했었습니다.
일본 만화 중에 선정적이면서도 잔인한 만화가 꽤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또 몇몇 작품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대충 짐작은 하고 봤지만, 매의 용병단 단장을 구출하는 과정과 용병단이 재물로 바쳐지는 장면의 잔인함을 보곤 꽤나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에피소드들마다 잔인한 장면이 계속 나와 보기 불편하기도 했지만, 왠지 모를 만화의 몰입감과 점점 익숙해지면서 눈에 들어왔던 경이롭고 훌륭한 작화들 덕분에 빨려들어가듯 작품을 감상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최신화까지 다 본 뒤로는 후속편 연재가 너무 더디더군요. 세월을 세어보진 않았지만 거의 뭐 1년에 1화 수준으로 연재가 되길래 기억도 거의 희미해져있었습니다.
1989년도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연재를 해오다 보니 팬층의 나이도 40~50대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 만화 사이트에 있던 댓글 중에 "군대 다녀오겠습니다. 전역하고 나면 에피소드가 많이 연재되어 있겠죠?" 라고 적은 글에 40대 독자분들이 어림도 없는 소리라며 핀잔을 주던 걸 보고 웃었던 적도 있습니다.
이런 대작의 팬들은 늘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상 마음을 놓고 포기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깐요. 다만 그들이 느리더라도 길게 보고 인내하는 마음가짐으로는 완결만 어떻게 해서든 내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맙소사... 5월 20일 일본의 소속사 하쿠센샤영애니멀 편집부에서 지난 5월 6일에 대동맥 박리로 베르세르크의 작가 미우라 켄타로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전한 것입니다. 완결은 끝내 내지 못 하고...
참 저도 이기적인 것이 작가의 별세 소식에 사람이 떠나갔다는 안타까움보다 작품의 완결을 못 냈다는 점이 먼저 떠오르지 뭡니까...
제가 주워 듣기로는 집안에 틀어박혀서 만화만 주야장천 그리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에게 보여줬던 작화들은 경이로웠고, 어떤 이들은 이를 보면서 너무 무리하는 것이 아니냐 라는 말도 했었고, 작화에 조금만 비중을 줄이고 스토리 전개에 속도를 올려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을 정도로 수준 높은 만화를 그리셨던 작가님이신데 돌아가셨다니 안타깝습니다.
훌륭한 만화를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