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귀
갈팡질팡할 창 + 귀신 귀
(귀신 이름 창)
창귀는 사람이 호랑이에게 물려죽으면 되는 귀신으로, 그 영혼이 승천하지 못 하고 자신을 잡아먹은 호랑이에게 붙들려 수발을 들어야 한다
그 처지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창귀 자리를 맡아줄 대체자를 호랑이에게 받쳐야 된다
(다른 설로는, 죽은 영혼이 호랑이에게 들러붙어 오히려 호랑이 조종하는 귀신이라고도 하며, 물귀신을 부를 때 쓰는 말이라고도 한다)
게 누구인가 가까이 와보시게
옳지 조금만 더 그래 얼씨구 좋다
>창귀가 나그네를 발견하고 부르는 노래
창귀는 자신의 역할을 대신해줄 사람을 찾아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게 해야 한다(그래야 자신이 풀려날 수 있다)
겁 없이 밤길을 거니는 나그네여
내 말 좀 들어보오
나뭇잎 동동 띄운 물 한 잔 마시며
잠시 쉬어 가오
>밤에 산길을 지나고 있는 나그네를 꿰어내려는 창귀의 노력
나무아미타불 신령님이 보우하사
나무아미타불 신령님이
>창귀가 걸려든 나그네에게 아무리 부처님이든 신령님이든 찾으며 빌어봐야 소용없다며 약올리는 모습 (깔리는 목탁 소리까지 절망감을 더 한다)
퇴마 영화에서 악마를 쫓아내려고 성경 구절을 읊는 신부에게 오히려 악마가 성경 구절을 더 술술 암송하며 신부를 조롱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나는 올해로 스물하나가 된 청년인데
범을 잡는다 거드럭대다가
목숨을 잃었소만
>사람이던 시절 사냥꾼도 아닌데 유명한 호랑이를 잡아보겠다며 거들먹거리다 오히려 목숨을 잃고 창귀가 되었다는 자기소개
이대로는 달상하여 황천을 건널 수 없어
옳다구나 당신이 나를 도와주시게
>이대로는 너무 슬프고 억울해서 황천길을 건널 수가 없다
당신(나그네)이 호랑이에 잡아먹혀서 나 대신 창귀가 되어 달라
*달상(怛傷)하다 : 슬프고 애처롭다
얼씨구 좋다 어절씨구 좋다 그대
나와 함께 어깨춤을 덩실 더덩실
정신을 잃고 쓰러질 때까지 이 밤
>호랑이에게 갖다 받치기 전에 나그네의 정신을 홀랑 빼놓기 위해 춤을 추자는 창귀
산신의 이빨 아래
>산신은 호랑이를 뜻한다 (호랑이는 산의 신, 산의 임금 등으로 불렸음)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무꾸리를 해보자
네 목숨이 곤히 붙어있을지
>무당들이 쌀을 흩뿌려 점을 치는 걸 '무꾸리'라고 한다
이미 죽음이 목전인 나그네에게 목숨줄이 언제까지 붙어있는지 점을 쳐서 알아봐 준다며 조롱하는 창귀의 모습
무꾸리를 해보자
미천한 명줄이 언제고 이어질지
>창귀와 창귀의 신령이 호랑이님에게는 너무나도 하찮은 나그네의 목숨 (역시나 조롱하는 모습)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 사이에는 웅신님이
연못 바닥에는 수살귀에
아수라발발타
벽공너머에는 불사조가
나그네 뒤에는 도깨비가
>웅신(곰신), 수살귀(물귀신), 벽공(하늘)너머 불사조, 도깨비 등 이미 사방이 귀신이니 나그네는 죽은 목숨이란 것을 확고히 한다
아수라발발타
교교하다 휘영청 만월이로세 얼쑤
>달이 아름답게 떠있는 좋은 밤이라고 볼 수 있다
*교교하다 : 달이 썩 맑고, 밝다

수군대는 영산에 호랑이님
행차하옵신다
>창귀가 모시는 호랑이님이 오신다며 곧 풀려날 생각에 기분이 좋은 창귀의 모습
*영산의 '영'자의 뜻 : 신령한 혹은 참혹하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넋
얼씨구 좋다 어절씨구 좋다 그래
어디 한 번 어깨춤을 덩실 더덩실
하찮은 네 놈 재주를 보자꾸나
이곳이 너의 무덤이로다
>호랑이가 곧 자신에게 잡아먹힐 나그네에게 재롱을 떨어보라는 거만함을 보이는 모습
얼씨구 좋다 어절씨구 좋다 우리
모두 함께 어깨춤을 덩실 더덩실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혼령이 되어 또 왔네
>마치 잔치라도 열린 듯 신나게 놀아보자고 한다
눈을 뜨면 사라질 곡두여 이 밤
산군의 길 위에서
>호랑이의 관할에서 잡힌 나그네는 곳 사라질 허상과 같은 것, 그만큼 하찮은 목숨임을 강조하며 나그네를 능욕하는 호랑이
*곡두: 눈앞에 없는 것이 있는 것 처럼 보이는 것 ; 헛것
너를 데려가겠노라
>마지막에 확정적으로 나그네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호랑이(불쌍한 나그네)
이 부분에서 보컬은 처음에는 아기 소리처럼 약하게 부르며 귀신의 느낌을 풍기다가, 끝에는 확 크게 불러 호랑이의 느낌을 내려함
창귀가 성불을 했을지는 알 수 없는 열린 결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