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잠시나마 플렌지 회사에 다니면서 플렌지를 취급했었습니다.
플렌지에 대해서 깊히 알지는 못 하지만 조금이나 제가 기억하고, 이해하고 있는 내용을 기록해볼까 합니다.
Flange [플렌지, 프렌지, 후렌지]
한글 표기가 애매합니다. 보통 전문 업체에서는 '후렌지'라고들 많이 하지만 발음 및 표기가 촌스러워 보여서 저는 플렌지 혹은 프렌지라고 하는데 거의 '플렌지'라고 합니다.
플렌지는 파이프(배관)와 파이프를 연결시켜주는 이음쇠 역할을 합니다. 볼트 구멍이 뚫린 플렌지를 파이프의 양쪽 끝부분에 용접을 해서 접합시킨 후 똑같이 작업한 다른 배관과 연결을 시킵니다.
조선소에서 일해보셨던 분들이나 플렌지가 무엇인지 알고 있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플렌지'라는 단어를 들으면 생소해 합니다.
그래서 저는 누군가가 플렌지에 대해 묻는다면 대충이나마 알아먹게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파이프와 파이프를 연결시키게 해주는 이음쇠라고 설명해줍니다.
플렌지는 파이프와 함께 배에 곧잘 들어갑니다.
배는 사람을 품고 바다로 나가는 운송 수단이기 때문에 안전해야 합니다.
안전하려면 배의 모든 구성 요소들이 정밀하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플렌지 역시 배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이므로 정밀하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조선업계는 세계 최고라고 알고 있습니다.
비록 몇 년 전, 중국의 물량 공세에 대한민국 조선업계가 많이 휘청거렸지만 얼마 못 가 중국 조선업계의 품질 문제로 다시 대한민국 조선업계로 물량이 들어오고 있다고 들었을 정도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배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정말 대략적으로 이렇습니다.
배를 갖고 싶은 '선주'가 배를 만드는 회사에 오더를 내립니다.
그 회사는 선주의 오더를 받고 배의 각 구성 요소들을 담당해줄 하청 업체들에게 하청을 내립니다.
배는 수많은 부속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부속품들이 많은 만큼 하청 업체도 많이 가지를 뻗어 내려갑니다.
하청의 가지가 뻗어나가는 만큼 선주와 오더를 받은 대형 회사의 관리는 소홀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홀이라기 보단 너무 광범위해서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란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는 방책이 '선급 검사관'의 파견입니다.
몇몇 나라별로 배를 건조함에 있어서 안전과 품질의 기준을 세워두고 선주 대신 배의 부속품을 단계별로 검사 해주는 검사관들로 이루어진 선급 업체?들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인증기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선급 기관에는 LR, BV, KR, DNV/GL, NK, CCS, RS, RINA, ABS 등이 있습니다.
LR은 (로이드 레지스트리) 영국 선급입니다.
BV는 (뷰로 베리타스) 프랑스 선급입니다.
KR은 (코리아 레지스트리) 한국 선급입니다.
DNV/GL은 노르웨이와 독일 선급입니다.
NK는 일본 선급입니다.
CCS는 중국 선급입니다.
RS는 러시아 선급입니다.
RINA는 이탈리아 선급입니다.
ABS는 미국 선급입니다.
제가 아는 선급은 이 정도가 다이며 주로 영국, 한국, 프랑스 선급에 많이 의뢰했었습니다.
제가 취급하던 플렌지도 배의 부품이니 당연히 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검사는 모든 규격의 플렌지를 검사 받는 것이 아니라, 검사를 받아야하는 규격표에 따라
어떤 규격은 검사를 받아야 하고, 어떤 규격은 검사를 받지 않고 업체 내에서 자체적으로 품질검사를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검사 필요성의 유무는 각 선급마다 규정이 정해져 있지만 큰 맥락에서는 거의 비슷합니다.
규정집을 굳이 따지자면 검사를 받고자 하는 플렌지는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와 일정 규격 이상이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용도로 쓰이는가'라는 것은 플렌지가 완성품이 되어 파이프와 접합 됐을 때 그 안에 흐르는 유체가 어떤 것이냐를 따졌던 것 같습니다.
제품 의뢰를 받고, 의뢰받은 제품이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 판단한 후 선주가 원하는 선급 기관에 검사 신청을 합니다.
검사 신청은 대부분 웹사이트가 있습니다. 며칠 전에 검사 신청해야 하는지는 선급마다 다르며, 문의 전화를 하면 알려줍니다.
기억에 남는 건 중국 선급인데 10일? 7일? 전쯤에 신청을 해야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왜이리 오래 걸리나 배라도 타고 물건너오기라도 하나 했는데 정말로 중국인 선급 검사관이 왔었습니다.
검사 신청을 하기 전에 이미 자재를 취급하는 업체에서 자재에 대한 검사를 치르어 놨습니다.
자재는 주로 SF440A, A516-70, A105, SS400 등을 썼습니다. 질 좋은 쇠들이라고 들었습니다.
검사의 종류에는 이니셜 스탬프, 마크 쉬프트, 성분 검사, 파이널 검사가 있습니다.
이니셜 스탬프는 사용하려는 자재가 한 번도 검사를 받은 적이 없는 상태인 경우 검사관에게 그 자재의 족보와 같은 성적서를 제출하고, 해당 자재에 검사관 고유의 마크가 새겨진 정을 망치로 박아 마크를 새깁니다. (일종의 눈도장 표시)
그리고 자재 중의 일부분을 시험 편으로(조각 편) 사용하기 위해 절단한 후 성분 검사 기관에 검사를 의뢰해야 합니다.
검사를 요청한 자재가 성적서라는 서류에 적힌 것과 스펙이 동일한 진품인가를 확인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쓸 내용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기억의 꼬리를 물다보니 너무 적을 내용이 많네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가겠습니다.
'나의 생각 및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세청 확정 부가가치세 신고하기 (간이과세자, 무실적) (0) | 2021.01.10 |
---|---|
플렌지 품질 검사 과정 2 (0) | 2021.01.05 |
국어 맞춤법에 관하여 (0) | 2021.01.03 |
윌라 책을 듣다 (0) | 2020.12.29 |
쿠팡 로켓 와우! 프레시~ 플레이!! (0) | 2020.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