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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및 이야기

알바 경험담 탑마트 수산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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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종종 자기가 살아오면서 어떤 아르바이트를 해봤는지에 대해서 얘기하곤 합니다.

아르바이트는 대부분 성인이 되고난 후 아직 직장에 취업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경우 짧은 시간 가벼운 마음으로 임합니다.

 

저 역시 많이는 아니지만 아르바이트를 몇 번 해봤습니다.

 

여러가지를 해봤는데 오늘은 그 중 하나인 탑마트 수산 코너에서 아르바이트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면 크게 두 종류로 볼 수 있습니다.

 

학업과 병행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냐와 학기 때는 학업에 집중하고, 방학 때만 아르바이트를 하느냐.

 

저는 후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번 방학 때만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방학 때만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하면 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방학이 딱 되고 자리를 찾으려고 하면 괜찮은 아르바이트 자리는 다 차고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기말고사 끝나고 한 일주일만 쉬자는 생각으로 아르바이트를 늦게 구했더니 마땅한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찾은 곳이 집에서 지하철타고 3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는 탑마트였습니다.

 

탑마트에서 직접 구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력을 대신 채용해주는 곳에서 연결해주는 개념의 아르바이트 자리였습니다.

 

방학이 시작되고 일주일이나 지났는데도 자리가 구해진다는 것은 뭔가 구린내가 난다는 것입니다.

 

구린내가 나지만 방학 때 용돈벌이로 어느 정도는 벌어놔야 다음 학기에 빌빌대지 않을 것이기에... 일단 탑마트로 면접 보러 갔습니다.

 

아르바이트 내용에는 주간, 탑마트라고만 적혀있고 자세한 사항은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탑마트는 지하철역 바로 앞에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도착한 후 탑마트 사장님과 면접을 봤습니다. 

 

오래되서 인상착의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거의 민머리에 가까운 짧은 머리, 작은 키에 약간 표독스러운 인상이었습니다.

 

면접을 하면서 제가 배정될 곳과 맡게될 업무 그리고 근무시간에 대해서 들었는데 

 

근무시간이 문제였습니다.

 

주간으로 알고 갔는데 야간? 마감타임까지라고 했습니다.

 

좀 의아했지만 워낙에 둔한 터라 심각성을 느끼지 못 하고, 빨리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고 싶은 마음에 하겠다고 했습니다.

 

업무는 배정받은 수산코너에서 사수가 가르쳐주는 대로 일하면 된답니다.

 

그때까지도 몰랐습니다. 

 

수산코너가 헬이라는 것을...

 

 

첫 출근을 했습니다. 

 

탑마트 수산 코너의 구조는 정규직 대리 1명, 사원 1명 그 밑에 교대로 일하시는 이모님들 세 분이었습니다.

(이모님들의 고용형태는 모르겠습니다.)

 

대리는 주로 그 코너의 관리인으로 상품 진열, 상품 오더, 가끔 생선 손질 등을 했습니다. 

 

사원은 상품 진열을 돕고, 대리가 오더한 상품을 발주하고, 주로 생선 장만을 많이 했습니다. 

('장만'은 생선을 손질하는 것으로 비늘을 벗겨내고, 내장을 빼내는 기본적인 손질)

 

대리와 사원은 기본적으로 상품 판매 촉진이 주요 업무이기 때문에 코너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생선을 구매하시라고

 

판촉을 했습니다.

 

이모님들은 주로 사원과 함께 생선 장만을 하거나 장만한 생선을 포장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그럼 저는 뭘 했느냐?

 

생선 장만과 상품 발주만 빼고 대리와 사원이 하는 것을 다 했습니다. 

 

상품 진열하고, 냉동창고 정리하고, 생선 포장 돕고, 광고물(POP) 작성 및 인쇄하고, 마이크로 판촉하고, 음식 쓰레기통 비우고, 마감 청소하고, 마감하고...... 한 달에 한 번씩 한다는 재고파악도 시키고...

 

그냥 자기들 마감하기 귀찮아서 저한테 맡기고 퇴근하려고 뽑은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한 마디로 자기 분신을 뽑은 겁니다. 

 

지나가던 다른 직원이 제가 직원 컴퓨터로 POP를 작성하고 있는 걸 보더니 그건 아르바이트의 영역에서 벗어난 거라고 했었고,

 

한 번은 다른 코너 과장님이랑 밥 먹으며 대화하다가 제가 쉬는 시간없이 일한다는 것을 아시고는 수산코너 인간들이 나쁜 것만 배운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수산코너, 축산코너, 과일코너가 있는데 수산코너가 제일 힘들답니다. 

 

제가 며칠만 빨리 왔어도 과일코너에서 일하는 거였는데.... 

(과일 코너가 엄청 편합니다)

 

가장 빡센 점은 역시나 서비스업답게 손님 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산코너는 다른 코너와 다르게 서비스 차원에서 손님이 원하면 생선 장만을 해줘야 했습니다.

 

생선 장만이라는 게 두 가지 정도의 방식이 있었는데 손님이 요청하는 방식으로 장만을 해줘야 했습니다. 

 

대가리를 따느냐와 주둥이까지만 따느냐 정도였던 거 같은데 

 

손님이 밀려서 줄이 만들어지면 몇몇 손님들은 저한테 주문내용을 말해주며 맡겨놓고 갑니다. 

 

어디 메모할 곳이나 메모할 시간도 없어서 그대로 외워야 했는데 머리가 하얘지곤 했습니다.

 

손님 중에서도 블랙 리스트가 있었습니다.

 

1년 365일 똑같은 옷을 입고 오셔서 기껏 포장해둔 상품의 랩을 다 벗겨서 냄새를 맡으면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싱싱하지 않은 것 같다며 시비를 걸면서 결국 하나도 안 사가는 아주머니. 

→ 대리는 이 사람만 보면 바로 인상쓰며 안 판다고 하며 무시했습니다.

 

혼자 다닐 때도 있고, 딸 둘을 데리고 올 때도 있는 자해공갈 아주머니. 딸들과 함께 세 모녀가 카트를 천천히 몰면서 마트를 빙빙 돌다가 아무것도 안 사가거나 아이스크림 정도 사갈 때가 있는데, 제가 아르바이트로 들어오기 전에 있던 아르바이트생이 큰 상자를 들고 옮기다가 시야가 가려서 아주머니와 살짝 부딪혔답니다. 말 그대로 살짝 부딪혔는데 아주머니는 그대로 쓰러지시며 병원에 입원했고, 자세한 이야기는 해드릴 수 없으나 추가적인 병증을 토로하시며 병원비를 뜯어냈는데 그 아르바이트생의 한 달 월급이 다 날아갔다고 합니다. 

수산코너뿐만 아니라 마트 전직원들이 경계하며 피해다녔습니다. 그 아주머니가 나타나면 물품 이동을 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 주기적이진 않지만 매너 없는 진상들이 많았기 때문에 분노조절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일도 일인데 

 

다른 피곤한 점도 있었습니다.

 

그곳의 사원빼고 이모님들과 직원들은 거의 다 40대 이상들이었는데, 이 세상 어딜가나 왕따는 있는 모양입니다.

 

이모님들 세 분 중의 한 분이 샌드백마냥 맨날 무시당하거나 욕을 먹는 것입니다. 

 

왕따 이모님은 찍소리 못 하고 당하고 계시는 걸 보니 안쓰러웠습니다.  

 

 

이 모든 걸 보고 겪으면서,

 

오래 다닐 곳은 못 되는 곳이란 걸 뼈저리게 느끼고 참고 일하다가 몸이 안 좋은데도 배려없이 일 시키는 것을 겪고는

 

1달 반쯤 일하다가 그만뒀습니다. 

 

 

 

나이라는 것이 무섭네요. 

 

보통 이런 아르바이트 경험담을 누군가에게 말해줄 때 항상 디테일하게 생각났었는데

 

8년 정도가 지나서 그런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지금도 가끔씩 버스나 택시를 타고 가다가 그곳을 지나치면 잘 있나 한 번씩 보고 옛 추억에 살포시 발끝만 담갔다가 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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