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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및 이야기

군대 썰 훈련소 따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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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성 20대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두 가지가 군복무 문제와 취업문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 얘기할 것은 두 가지 중 첫 번째 문제인 군복무 당시에 겪었던 일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군대라는 곳은 안 갔다오면 남자들 사이에서 대화에 끼기도 힘들고 주변 친구들도 괜히 그 군대 안 갔다온 친구가 있으면 마음 편히 군대 얘기를 못 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군대 얘기가 나오면 괜히 그 친구가 무안해 할까봐 눈치를 보기도 할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이 군대라는 곳을 가게 되면 그 생활이 만만하지가 않아서 속된 표현으로 뭐 같다고 합니다.

 

즉, 안 가도 뭐 같고, 가면 가는 대로 뭐 같다는 말입니다. 

 

자 그럼 오늘 할 얘기는 무엇이냐?

 

군대에 가서 복무하면 왜 그런 상스러운 소리들이 나오는지 그 이유 중의 하나에서 겪은 이야기를 해볼 겁니다.

 

처음 입대를 하면 훈련소에 갑니다.

 

그곳에서는 기초 군사 훈련을 받습니다. 

 

사람이 수백 수천명 모여서 뭔가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거나 함께 생활을 할 경우에는 다수의 인원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 어지간하면 일정 인원 수로 나누어서 그룹으로 묶습니다.

 

학창시절의 반 배정 같은 것입니다.

 

같은 그룹이 되면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들과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같이 생활을 시작해 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통성명도 하고, 서로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돕거나 모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도 하다보면 

 

어느새 서로 의지하며 친해져있습니다.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단체생활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흔한 단체생활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모습은 바로 따돌림입니다. 

 

서로 갈등이 생겨서 다투기라도 한 상황이면 그 당사자들만 사이가 틀어지거나 화해하거나 하면 그만입니다. 

 

따돌림이란 것은 시작됐다하면 다수의 사람들이 한 사람을 괴롭히거나 무시합니다. 

(대개 주도 하는 사람이 괴롭히고, 말려들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무시합니다. 꼭 필요할 때만 몇 마디 나누는 정도...)

 

군대 훈련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배정되었던 훈련소 소대에는 대략 60명 정도가 한 생활관을 썼었는데 전국 팔도사람들이 다 모여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는 뜻입니다.

 

정말 신기한 것이 학창시절 때부터 느낀 것인데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도 꼭 한~두명씩은 일정한 특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조용한 사람, 까부는 사람, 난폭한 사람, 여성스러운 사람...

 

그 중에서 오늘 제가 말씀드리려는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은 여성스러운 어떤 형이었습니다.

 

이름부터 중성적인 이름이었습니다.

 

여성 유명인의 이름이기도 하고, 남성 유명인의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말투, 행동 모두 여성 호르몬이 넘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그 형을 보며 학교 다닐 때도 한 반에 한 명씩은 있었던 그런 사람이려니 하고 그리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 형도 처음에는 사람들과 잘 지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자기 아는 형이 입대하기 전에 여러 조언을 해주며 자신에게 군번줄도 줬다고 하며 그 군번줄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아주 친한 형인가 보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여자친구도 있어서 매번 편지도 받아서 읽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제 학창 시절 같은 반이었던 여성스러운 친구도 여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신기하지도 않았습니다. 

 

여성스러운 남자들이 오히려 여성들에게 친근하고 부드럽게 대하고 공감대 형성도 잘 되어서 어필이 잘 된다라는 말도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훈련소 5주 과정 중 3주 차 정도 넘어가면서 사람들이 슬슬 적응하고 서로 많이들 친해지고 했을 무렵 

 

몇몇 형들이 여성스러운 형에게 막말을 하거나 욕을 하는 모습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마디로 아니꼽게 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나이 처먹고 아직 저런 짓을 하나 싶어서 한심하게 봤었습니다.

 

주로 그 형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는 것은 '계집애' 혹은 '이 게이 x끼야'였습니다.

 

폭력적인 괴롭힘은 없었으나, 언어적으로 모욕하는 것이 생활관 분위기를 불편하고 무겁게 만들기는 했었습니다. 

 

 

그렇게 불편한 분위기로 훈련소의 5주 차가 다 지나가고 수료식 전날 훈련소에서의 마지막 밤이었습니다.

 

동기들은 서로 힘든 5주 훈련을 같이 겪어 낸 것 덕분에 동기애가 생겨서 그런지 마지막 취침시간이 시작되었을 때

 

다들 누운 자리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다가

(훈련소에선 취침시간에 잠들기 전에 서로 얘기하며 떠들다가 잠들곤 했습니다.)

 

누군가가 진실게임을 제안했습니다. 

 

아무나 아무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질문과 답변을 하며 꽤 재밌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누군가 여성스러운 형을 지목했습니다.

 

지목한 사람은 여성스러운 형을 주로 괴롭히던 형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질문은 이랬습니다. 

 

"너 게이맞지? 맞잖아"

 

그 질문에 저는 속으로 '아이고 끝까지 저러나'라고 생각하며 한심해 했습니다. 

 

그 여성스러운 형이 대답했습니다.

 

"그래 맞다 맞아"

 

그 대답에 평소 그 형을 괴롭히던 형들이 그럴 줄 알았다면서 웅성거리는 겁니다.

 

저는 그냥 귀찮아서 회피하듯 대답한 것 같은데 진짜로 믿는 건가하면서 어리둥절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커밍아웃에

 

다른 형들이 얘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커밍아웃을 한 게이형이 평소 받아보던 편지에 적힌 여자친구의 이름을 우연히 한 형이 봤답니다. 

 

여자친구의 편지랬는데 남자 같은 이름이 적혀있었답니다. 

 

그 때부터 의심은 시작되었고,

 

훈련소 초기에 게이형이 매고 있던 아는 형에게 받았다는 군번줄에 적힌 이름을 봤는데 여자친구가 보내줬다는 편지지에 적혀 있던 이름과 같았답니다. 

 

소름이 돋았었답니다. 

 

그 이야기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던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생활관 동기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웃긴 것이

 

게이형이 깔끔하게 인정하자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괴롭히던 형들도 게이형에게 게이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봤고, 게이형은 모든 질문에 답변해주며

 

어떻게 처음 성 정체성의 혼란이 시작되었는지, 게이는 게이를 어떻게 알아보는지, 게이들만의 특징, 게이들이 주로 모이는 유명한 장소 등등 처음 들어보는 얘기들을 해줬습니다.

 

다들 얘기를 들으며 약간 숙연해지는 듯하더니 

 

평소 게이형을 괴롭히진 않았지만 아니꼽게 보던 형들도 

 

갑자기 태세전환이라도 한 듯이 게이형에게 응원한다며 당당하게 살라고 하는 등 진지하게 여러 조언들을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게이형에게 평소 필요할 때나 훈련에서 같은 조가 됐을 때 말곤 별 대화를 한 적이 없었는데 응원한다고 한 마디 해줬습니다. 

 

다음날 자대 배치를 위해 버스타고 떠나가는 것을 마지막으로 보고 그 뒤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어떤 군생활을 했을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가끔씩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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