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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및 이야기

군대 노하우 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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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길가던 아무 남자에게 소총 한 자루를 쥐어줬을 때 그 총을 바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있는 나라는 흔치 않으며 그것이 가능한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 90퍼센트 이상의 남자는 군대에 가고 모두 다 사격 훈련을 받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미국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때, 한인타운을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냈던 것은 한국 예비역이자 재미교포들이었다는 사실도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소총 사격에 대한 저의 경험을 곱씹어 보겠습니다.

 

저는 20살 때 군대에 자원 입대했습니다. 곧 훈련소에 들어갔고, 사격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총이라는 것을 잡아봤고, 총알도 봤습니다. 그리고 쏴 보기도 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총이라고 하면 텔레비젼 드라마나 영화 혹은 FPS게임 (서든어택, 카운터스트라이크, 스페셜 포스, 배틀필드, 콜 오브 듀티, 레인보우식스)에서나 본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사격장에 갔을 때, 총알이 발사되는 소리는 정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에 쳐들어왔던 때에 조총 사격 소리를 들은 우리 조상님들이 마치 천둥이 치는 것 같다고 표현을 했다던데, 잘 몰라서 그런 거겠거지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며 바로 조상님들의 표현에 공감했습니다. 

 

사격장에, 사격자에게 가까워질수록 사격의 폭발음은 더욱 커져갔으며, 고막이 나갈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귓속이 멍해지며 삐소리가 날 때도 있었습니다. 

 

첫 사격을 하기 전에는 소총에서 총알이 발사되는 논리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배웁니다. 화약이 들어있는 탄피라는 것에 일부분이 둘러싸이어 있던 총알은 노리쇠의 타격으로 충격을 받으면 탄피와 총알 사이에 있던 화약이 폭발하면서 그 추진력을 얻어 유일한 입구인 총열을 지나 음속보다 빠르게 목표물을 향해 빙글빙글 돌며 날아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 논리를 배우고 나면 총도 그렇게 복잡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사격 소리가 왜 그리 큰 건지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 탄착군과 영점 사격에 대해서 배우고, 임시 훈련을 거듭하다가 사격장으로 갑니다. 사격 훈련은 막상 사격에 들어가서 적응하면 재밌습니다. 그렇지만 실사격을 하러 사로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과정이 매우 지루하거나, 힘들기 때문에 사격 훈련날은 그다지 반갑지 않았습니다. 

 

사격장에서 사격을 할 수 있는 자리는 한정적이고 그 자리 하나하나를 '사로'라고 부릅니다. 나중에 적응하여 참군인이 되면 화장실 변기칸을 사로로 표현하게 되기도 합니다. 아무튼 사로에서만 사격이 가능한데, 대부분 10개 정도의 사로가 있으니 한 번 10명씩만 사격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대기자들은 무얼하느냐?

 

다음 순번이 가까운 사람들은 하염없이 서서 대기하다가 순서가 되면 사격장 규율을 큰 소리로 읽으며 머리에 새기고, 각자 탄과 탄피통을 받아서 사격장으로 들어갑니다. 순번이 까마득히 멀리 떨어진 사람은 가까운 곳에 있는 사격술 예비 훈련장에 가서 PRI 훈련을 합니다. P피나고 R알배기고 I 이가 갈린다는 훈련으로 군인들이 정말 싫어하는 훈련 중 하나 입니다. 

 

일련 과정을 다 거치고 사격장의 사로에 들어서면 사격을 할 수 있습니다. 부대마다 공통적으로는 총 20발을 쏘며, 100M인 백사로, 200M인 이백사로, 250M인 이백오십사로에 표적을 맞혀야 합니다. 부대마다 다른 점은 사격하는 자세인데, 일반 K2 소총수는 20발의 총알 중 10발은 참호 바깥에서 전진무의탁자세로 대기하다가 표적이 랜덤으로 올라오면 그에 맞춰서 자세를 잡은 후 사격하고, 나머지 10발은 참호에 들어가서 소총을 거치시킨 후 좀 더 안정감있게 사격을 진행합니다. 

 

제가 있던 부대에서는 K2 소총병은 백사로 일 땐 무릎 앉아 사격, 나머지 이백과 이백오십사로일 때는 엎드려쏴 자세로 사격을 했습니다. K1 사용자는 백사로와 이백사로만 사격했고, K201 사용자는 총의 무게 때문에 모든 표적을 엎드려쏴자세로 사격했습니다. 아마 제 기억에 K201 사수는 시작부터 엎드려쏴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격할 때는 자세가 정말 중요합니다. 올바른 자세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자세에 변동을 적게 주어 흔들림은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즉, 전진무의탁 자세로 대기하다가 랜덤으로 올라오는 표적에 맞춰서 자세를 취하다 보면 제한 시간 내에 쏘려다 보면 마음도 급하고, 동작도 급해서 총열이 심하게 움직여 버려서 못 맞힐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총열이 무겁다는 이유로 시종일관 엎드려쏴 자세를 유지하던 K201사수는 안정감있게 가늠쇠 안을 쳐다보고 있다가 표적이 올라오면 쏘면 되니 사격 점수가 비교적 높게 나왔습니다. 

 

그래서 사격을 잘해서 포상 조건을 만족시키려고, K201 총을 사격날에만 빌려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덕분에 사격 점수가 안 좋다가, K201을 빌려 쓴 후에는 만발(20발 중 20발 적중)을 성공시키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사격을 잘하는 사람들은 일단 눈이 좋았습니다. 맨눈이라고 할까요? 안경을 안 낀 사람들이 대부분 처음부터 사격을 잘 했습니다. 저는 군복무 당시 안경을 끼고 사격을 했는데 안경이라는 것이 접촉과 각도 변화에 따라 시야가 왜곡되기도 하고 심리적으로 표적을 볼 때 불안정감과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있는데 무시 못 할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나중에 짬밥이 좀 차고 사격 경험이 많아졌을 때는 나름의 노하우들이 생겼었는데, 안경을 최대한 흔들리지 않게 하면서, 다른 물체와 접촉시키지 않게 해두려고 노력했습니다. 

 

말씀이 나온 김에 제가 말년쯤에 정리한 사격 노하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안경을 끼신 분들은 안경이 움직이게 되는 이유 중 하나로 방탄 헬맷이 커서 눈앞까지 흘러내리는 경우에 안경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럴 때 귀찮아서 고개를 위로 좀 더 꺾어서 헬맷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거나 아니면 헬맷의 각도를 대충 좀 조정해서 그냥 쏘고 합니다. 헬맷이 은근 방해요소입니다. 저는 이를 해결하려고 사격하는 날에는 일부러 사격장에 가기 전에 미리 방탄 헬맷을 벗어서 헬맷 안쪽에 있는 쪼임 조절부분을 최대한 제 두상에 맞게 고정시켰습니다. 이 부분은 처음 헬맷을 받을 때 배우는데 대부분 귀찮아서 대충 해놓곤 합니다. 헬맷이 머리에 딱 고정되고 턱끈도 딱 맞게 하면 아주 안정적으로 사격에 임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저는 참고로 군대에 가서 살이 5키로 정도 쪘습니다. 입대 전에는 몸무게 변화가 없었는데 신기했습니다. 아무튼 훈련소 때는 고생을 많이해서 핼쑥했지만, 자대 배치를 받고 짬도 좀 차고 해서 살이 찌고, 거기에 근육운동을 좀 했더니 총을 어깨에 고정시키고 사격 자세를 잡는 것 등이 말랐을 때보다 훨씬 안정감 있었습니다. 특히 근육 운동 덕분에 무겁게만 느껴지던 총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로 느껴지게 된 것도 컸다고 봅니다. 게다가 무게가 있으니 사격 반동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평소 운동으로 근육이 좀 붙어있을지라도, 방심하지 마시고, 사격장에 가셔서 대기할 때, 팔굽혀 펴기를 적당히 하셔서 펌핑을 좀 시키고 사격에 들어가도 꽤 괜찮습니다. PRI는 굳이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셋째에서 팔굽혀펴기를 하실 때, 흙바닥에 몸을 좀 문지르시든지 하셔서 옷에 흙을 묻혀 더럽히시기를 추천합니다. 군대도 군복무 기간 동안은 자신이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곳입니다. 지금은 군복을 입을 때가 없지만, 군대에서는 군복이 생활복이기 때문에 군복을 더럽히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흙바닥에 엎드리거나 무릎을 꿇고 하는 사격 훈련 때 옷이 신경쓰여서 방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심리적으로 사격에만 몰두하시기 위해 옷을 그냥 미리 더럽혀 두시라는 겁니다. 이미 배린 거 신경 아예 안 쓰게 하란 겁니다. 

 

다섯째, 가장 많이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앉아쏴를 할 때, 총열이 바이킹마냥 진자운동을 해서 좌우로 흔들리는 걸 제어하지 못 해서 사격을 망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그랬고 대부분 사람들이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하는 것이 그냥 총열을 좀 더 꽉 잡고, 팔에 힘을 좀 더 꽉 주는 것입니다. 팔에 힘을 줘서 총열이 흔들리지 않게 고정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오히려 총열이 더 흔들리게 만듭니다. 제가 찾아낸 방법은 오히려 힘을 빼는 것입니다. 대부분 오른손잡이이시니 왼손으로 총열을 잡으시거나 탄창을 잡고 쏘시는데 왼손에 힘을 푸시고, 거치대에 총을 거치하듯이 왼손에 올려둔다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왼손은 가볍게 살짝 총을 잡아주는 정도만 하면 됩니다. 대신 견착하고 있는 오른쪽 부분들에 좀 더 긴장감을 높혀 주시고, 신경쓰시면 적당히 힘을 주면 됩니다. 그리고 앉아쏴를 할 때 꼭 무릎 앉아를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쪼그려 앉기라고 하죠? 앞에서 보면 민망하게 가랑이를 오픈 시킨 쪼그려 앉기 자세를 취하시고, 왼쪽 무릎의 위쪽이 아닌 살짝 몸쪽 부분에 팔꿉치를 앞으로 밀듯 갖다대시면 좀 더 자세가 안정됩니다.

 

여섯째, 이건 부대마다 다른 건데 엎드려쏴를 할 때, 사대(모래 포대)를 사용하게 해준다면 사격전에 미리 엎드려쏴 자세를 취하셔서 사대에 탄창 부분을 박아보신 후 탄창이 잘 고정될 수 있을 정도로 탄창 모양에 맞게 모래가 파이게 해놓으면 좋습니다. 

 

사격하실 때, 꼭 귀마개 챙기시고요. 안전 유의하시고요. 평소 원한 관계를 만들지 마시고요. 

 

하하하 오랜만에 사격 생각을 하니 한 번 쏴보고 싶네요!

 

이상 군대 사격 노하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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