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쯤이었을까요?
당시 여자친구와 헤어진 제 친구 중 한 명이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소개팅 어플을 여러가지 체험삼아 써보다가 아르바이트나 거짓 프로필로 돈 벌이를 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것만 절실히 느끼고는 소개팅 어플은 포기했습니다.
소개팅 어플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친구는 계속해서 방법을 모색했고, 결국 뭔가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소모임'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이었습니다.
소개팅 어플과는 다르게 사교 모임을 개설할 수도 있고, 개설된 모임에 가입할 수도 있는 어플이었습니다.
'소모임'이라는 이름의 어플 자체가 모임의 이름이 아니고,
어플은 그저 플랫폼 같은 느낌이고 그 플랫폼 안에서 여러가지 세분화된 모임들이 개설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임 방?을 개설한 사람을 '모임장'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게임을 할 때도 게임 방을 만든 방장이 있듯이...방을 판다고 하죠 ㅎ 방을 파다 ㅎ)
친구는 마음에 드는 모임을 찾아서 활동을 해보다가 마음에 들었는지
적극적으로 참여한 모양이고
그러다가 제게도 연락이 왔습니다.
"친구야 엉아랑 같이 소모임 활동하지 않을래?"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단다"
저는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좀 꺼려해서 거절할까 생각했지만,
저도 사는 방법이 좀 바뀌어야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제가 제안을 수락하자 친구는 제게 소모임 어플 내에 있는 자신이 가입한 모임의 링크를 제게 걸어주었습니다.
어플을 깔고, 링크를 타고 들어가 가입을 하고, 채팅창에 들어갔습니다.
친구가 먼저 반갑다고 인사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연달아 많은 사람들이 반갑다고 먼저 환영인사를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여성분들도 많이 반겨주셨는데 (하하;;)
프로필 사진을 구경하려고 눌러보니 프로필 사진은 작게만 볼 수 있고,
어플 내에서 정해둔 조건에 맞는 활동을 해서 등급이 업그레이드 되어야지만 프로필 사진을 크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하하^^;;)
친구와 함께 가입한 모임은 특정 테마를 정한 것이 아니라
만남의 자리를 주최하는 사람이 그때그때마다 다양한 제안을 게시판에 공지하여 참석자를 신청받고,
그 게시물을 확인한 사람들은 주최한 사람의 제안이 마음에 들어서 참석하고 싶으면 댓글에 참석 의지를 밝히면 되었습니다.
참석의지를 밝히는 댓글을 작성한 후, 인원 제한 내에 들면 참석 인원이 된 것이며, 게시물에 공지된 날짜와 장소에 시간 맞춰서 가면 됩니다.
소모임 어플에서는 닉네임을 설정하여 자신의 이름 대신 사용합니다.
재밌는 닉네임을 설정하여 활동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이름 그대로 닉네임으로 설정하여 활동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들어간 모임은 대략 300명 가량이 가입해 있는 모임이었습니다.
300명이라는 숫자는 엄청 많은 것 같지만 대부분 유령 회원마냥 가입만 해놓고 활동하지 않았습니다.
활동하는 사람은 제 생각에 최대로 잡으면 100명 정도되지 않았었을까 합니다.
그렇다고 100명이 한날 한시에 다 같이 만나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모임에 가입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게시물을 작성할 권한이 주어졌었기 때문에,
사람들과 모여서 무언가를 하고 싶으면, 장소와 날짜, 시간, 제한 인원수 등의 내용과 함께 만나서 무엇을 할 것인지 적어서 게시하면 모임을 주최한 것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을 할 것인지, 메인테마가 제일 중요했습니다.)
이렇게 모임을 주최하는 것을 번개라고 하는데 이 발음을 조금 변형시켜 '벙개'라고 했고, 이것을 다시 줄여서 한 글자로 '벙'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벙을 주최한 사람을 '벙주'라고 했고, 벙 앞에 그날 모임의 메인테마를 붙혀 'ㅇㅇ벙'등으로 불렀습니다. '카페벙', '등산벙' 등등...
저도 몇 번 벙에 참석을 해봤습니다.
가보니 제 나이대(90년대생)는 다섯 명에 한 명꼴로 있었고, 막내층이었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80년대생분들이었습니다.
(잘 꾸미질 못 하고, 옷도 별로 없어서...) 긴장하고 참석했지만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이 아주 상냥하게 대해주셨고, 의외로 재밌었습니다.
모임의 메인테마 자체도 재밌었지만, 뒤풀이로 가는 술자리도 재밌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왔었는데, 제가 느낀 바에 의하면,
서로 어지간하면 처음 보는 경우가 많았으며, 서로의 직업에 대해선 거의 묻지 않으며, 그날 모임의 테마에 집중하거나
각자의 취미를 공유하는 등의 수다를 떠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직장의 스트레스라는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 순수하게 즐기러 온 것 같았습니다.
자주 활동하는 사람들은 서로 아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사람들의 경우에는 서로 친해져서 번호도 교환하고,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등을 자세히 알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처음 몇 번 참석해서 멋모를 때는 아주 긍정적인 모습만 보였습니다.
하지만 몇 번 가면서 점차 적응되고,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니 시야가 조금씩 트였습니다.
보지 못하던 다른 면들이 보였다는 겁니다.
몇 가지를 나열해보면
1.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역시나 인기를 많이 끄는 사람이 생겨나있었고,
그 사람이 참석한다고 의사를 밝혀 놓은 벙개는 항상 순식간에 인원이 다 찼으며 (대기번호까지 줄줄줄...)
그 인기 많은 사람이 참석하지 않는 벙개는 파리만 날리기도 했습니다.
2. 남성분이 벙개를 열었는데, 참석자가 여러명 나타나서 벙개 약속이 성사 되었는데도 여성이 한 명도 없으면
(벙개를 주최할 때 인원 제한도 있었지만, 최소 인원이 충족되지 않으면 불발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일부러 사정이 생겼다며 벙을 취소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모임장이 그런 경우는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지양해주길 바란다고 공지를 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제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솔직히 이 모임은 이성을 만나기 위해 온다고 봐도 무방한데 남자만 모인다고 하면...쩝... 하하하...)
3. 남녀가 만남 갖고, 대화를 하다보면 자연의 섭리에 따라 끌림이라는 현상이 나타는 것이지 않겠습니까?
물론 남녀 둘 다의 서로에 대한 끌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짝사랑 생기는 겁니다 ㅎㅎ
당사자는 짝사랑을 숨기고 있지만, 그의 행동에서 주변 사람들이 눈치를 채는 겁니다.
그의 행동이라는 것은 바로...
짝사랑하는 사람이 참석하기로 하는 벙마다 쪼르르 쫓아다니듯 참석을 하는 겁니다.
(순수한 행동입니다)
4. 벙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오는데 직업 역시 일반 회사원, 선생님, 공무원, 경찰 혹은 개인 사업가 등 다양했습니다.
근데 그 중 제가 본 여성분들은 대부분 직업을 밝히시긴 해도 밝히기만 하지 그 후엔 그와 관련된 얘기는 거의 하지 않으시는데, 남성분들의 경우 자신의 직업에 자신감이 있으신 경우 계속해서 자신의 직업에 대해 얘기를 하며 가만히 듣다보면 자랑하듯 말하지는 않지만 자랑인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런 분들은 대부분 벌만큼 버시고, 자택 소유, 자차를 보유하셨었습니다.
주로 30대 중반이 많았으며, 40대에 가까운 분도 계셨고, 40대이신 분도 계셨었습니다.
5. 이 모임에서 활동하신지 오래되신 분을 만나서 나름의 역사를 들어봤는데,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서 그런지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파벌이라는 것이 이 모임에도 알게 모르게 있었던 것입니다. (역시 세상은 무서워 ㅋㅋㅋ)
6. '소모임'이라는 어플 자체가 플랫폼이라고 말씀드렸었는데, 그렇다는 것은 한 사람이 여러 모임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는 것은 모임에서 떠나갔던 사람을 다른 모임에서 또 만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모임 활동을 오래하신 분이 말씀하시길 그 당시 최근에 새로 들어온 사람 중에 이전 모임에서 봤던 사람이 있었다는데 그 사람의 평판이 아주 나빠서 예전 모임에서 도망치듯 나가고는 프로필 사진만 바꿔서 이 모임으로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평판이 나빴던 것은 이성 관계 문제였다고 합니다.
(채팅창 대화에서 프로필 사진을 보고서 그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소름이 돋았다고 했었습니다)
7. 친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 벙개에는 그들끼리만 대화하고, 처음 오는 사람들은 소외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 저보다 대부분 나이가 많았지만, 예쁘시고, 상냥하신 누님들을 뵈러 모임에 쪼금씩은 나갔지만, 위에 적은 4번의 내용에서 나오는 잘 나가시는 형님들의 대화에 끼지 못 하고, 박탈감과 열등감도 조금씩 느껴서 '아직은 내가 올 곳이 아니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모임 활동을 접었습니다.
이 얘기를 마지막으로 참석한 모임에서 어느 누님께 살짝 얘기했었는데 다들 허풍이라고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해주셨었지만 그 뒤로 그냥 안 나갔습니다.
저번 포스팅에서 글을 쓰다 우연찮게 잊고 있던 소모임이라는 어플을 체험한 기억이 떠올라서 오늘 포스팅해봤습니다.
요즘 같은 시국에는 소모임 어플도 거의 시들해졌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코로나 시국이 끝나고, 저도 좀 만족할만한 능력이 되었을 때 다시 한번 모임에 나가보고 싶긴 합니다 하하하
찌질한가요? 본능이라 감출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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