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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림 - 한 방, 한 방이 묵직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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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퍼시픽 림이라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 기대를 하지 않고 관람했고, 역시나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 했습니다. 괴수물은 그 스케일과 캐릭터의 외관에 집중한 나머지 전개가 너무 허술하거나 뻔하고, 캐릭터들이 유치했기 때문에 이미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퍼시픽 림을 처음 봤을 때 역시 생각했던 대로의 전개와 캐릭터들이었습니다. 

 

몇 년 뒤, 퍼시픽 림 2편이 나왔을 때, 역시나 재미없게 봤는데, 평점란에서 누군가가 퍼시픽 림 1편에서의 그 쇳덩어리의 느릿느릿하지만 묵직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적어놓은 걸 봤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1편은 그 묵직한 맛이 있다는 것이니 스토리와 등장인물이 좀 마음에 안 들어도 그 묵직함에 집중하여 다시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몇 년만에 다시 봤습니다.

 

퍼시픽 림

카이주 - 일본어로 거대한 괴물이라는 뜻.

예거 - 독일어로 사냥이라는 뜻.

 

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주인공이 어릴적 우울할 때면 우주를 바라보며 외계인 존재할까 하는 망상에 빠졌었다는데 그건 주인공의 착각이었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우주를 바라보며 망상을 했다는데 바라봤어야 할 곳은 오히려 바닷속 심해였다고 합니다. 심해에 있는 지각판과 지각판의 사이 브리치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포털이 열리면서 외계 거대 괴물 카이주가 지구로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포털을 통해 지구로 온 거대한 괴물 카이주는 최초로 샌프라시스코에 모습을 보이며 6일 동안 반경 56km 이내를 초토화 시키며 도시 3개를 날리고,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탱크와 전투기 등으로 맞섰지만 쉽게 처치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 절망적인 일이 겨우 진압되고 5개월 뒤 또 다른 도시에서 비슷한 크기의 괴물체 카이주가 나타나 똑같이 행패를 부립니다. 피해가 막대했겠죠? 그것도 어떻게 어떻게 진압을 하긴 한 모양인데 역시나 막대한 피해를 입은 지구입니다. 그 다음에 몇 개월 있다가 또 나타나고 또 나타나기를 반복합니다. 이 괴물들은 배설물까지도 유해성분이 많아 지구에 해를 입힐 정도 입니다. 

 

지구인들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싶었는지 지구 역사상 유례없는 전개를 벌입니다. 바로 해묵은 경쟁 따위는 내려놓고 전세계가 힘을 합쳐서 카이주에 대항할 무기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카이주의 크기가 한 코끼리 정도만 했어도 해당 국가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고 다른 나라들은 나몰라라 했을 터인데, 매번 고질라만 한 크기가 나오니 힘을 합치지 않고는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지구 연합이 강구해낸 아이디어는 거대 괴물 카이주에 맞서기 위해, 우리도 거대 사냥꾼을 만들자는 예거 프로젝트였습니다. 예거 프로젝트는 거대한 인간형 로봇을 만들어 그 속에 사람이 들어가 신경을 연결한 후에 조종사의 움직임을 로봇이 그대로 카피하여 따라 행동하는 형태였습니다. 

 

초기 실험 단계에서 완성된 예거를 조종사 한 명이 몰아볼려다가 신경에 큰 손상을 입고 실패합니다. 거대한 로봇이라 그런지 사람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두 사람이 몰아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두 사람이 한 로봇을 몰려면 서로의 정신을 연결시켜야 했습니다. 정신과 정신을 연결시켜주는 방법은 드리프트라고 불렸습니다. 드리프트는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여 정신이 하나로 연결되어야 했기 때문에 주로 서로를 잘 알고, 잘 통하는 쌍둥이, 형제자매, 연인, 부모와 자식 등이 조종사가 되었습니다. 드리프트에 성공하면 기계와 사람이 일체가 되는 구조였습니다. 

 

예거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진행으로 인류는 드디어 카이주가 나타났을 때 대항할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 각지에서 예거가 카이주를 무찔러 내면서 승전보를 울렸고, 세계는 다시 희망을 찾아갔습니다. 조종사들은 유명 셀럽과 같은 위치가 되어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았고, 카이주는 아이들의 장난감으로도 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안도는 짧았습니다. 카이주는 자연발생 짐승 같은 존재가 아니었나 봅니다. 마치 인류의 대처에 발맞춰서 진화하는 것처럼 나타날 때마다 크기가 좀 더 커지거나, 좀 더 강력해졌던 것입니다. 조금씩 조금씩 예거의 패전보가 들려옵니다. 

 

주인공 롤리 베켓은 그의 친형 얀시 베켓과 함께 집시 데인저라는 예거를 조종합니다. 

 

알래스카, 새벽 2시.

카이주 경보가 발령됩니다. 롤리와 얀시는 자다가 깨어나 황급히 집시 데인저에 올라타 출격합니다. 대장 스탁커 펜테코스트는 바다에 있는 민간선 보다는 2백만 인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사수가 먼저라고 하지만 형제는 대장의 명령을 무시하고 민간선을 구하러 갑니다. 

 

민간선이 카이주에게 공격 받으려 할 때, 배의 뒷편 바닷속에서 웅장한 기계 모다 소리와 함께 강력한 라이트를 비추며, 수면 위로 올라오는 거대한 몸집의 예거, 집시 데인저가 아주 멋집니다. 다시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입니다. 

 

민간선을 지키며 카이주와 싸우던 집시 데인저는 생각보다 강한 카이주에게 왼쪽 팔을 뜯기고, 조종실이 뚫려서 우반구를 맡고 있던 얀시가 카이주에게 끌려가서 잡아먹힙니다. 얀시와 여전히 정신 공유 중이었던 롤리는 얀시의 공포감과 무기력감을 그대로 다 느껴버립니다. 절망에 빠진 집시 데인저는 본부와의 통신이 끊기며 장면은 전환됩니다.  

 

형을 잃고, 카이주에게 패배한 롤리는 예거 조종을 그만둡니다.

 

5년 뒤, 카이주와의 대결에서 계속되는 패배로 전 세계에 30대나 있었던 예거들은 이제 고작 4대밖에 남지 않았고, 세계 정부는 예거 프로젝트는 실패했다며 손을 뗄 것을 선언합니다. 그리곤 예거가 못 들어오게 각 나라들의 테두리에 방벽을 세우려고 합니다. 

 

예거 프로젝트를 지휘하던 펜테코스트 대장은 마지막까지 예거를 포기하지 않고 홍콩에 있는 기지에 남은 예거들을 다 소집합니다. 고쳐놓은 집시 데인져의 조종을 맡기기 위해 롤리 베켓도 데려 옵니다. 

 

대장의 마지막 작전은 브리치로 직접가서 핵을 터뜨려 포털을 막아버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4대밖에 안 남은 예거를 가지고 과연 인류의 희망을 건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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