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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및 이야기

청년내일채움공제의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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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은 2018년 01월부터 2020년 01월까지 2년 간의 제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대한 추억..?을 되새겨 보겠습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줄여서 '청내공'이라고 부른답니다. 

 

 청내공은 중소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신입사원에게 2년 간 근속하면 목돈을 주어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입니다. 중소기업으로의 취업 촉진과 입사자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완화시키려고 생겼다네요.

 

 청내공 대상자인 청년이 24개월(24회납)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자동 이체로 가상 계좌에 12만5천원씩 꼬박꼬박 넣어 3백만원, (명목상)기업 기여금으로 기업에서 4백만원(5회납), 나라에서 취업지원금 명목으로 9백만원(5회납)을 넣어 줍니다. 합쳐서 1천 6백만원이죠. 다들 자기가 넣는 돈 3백만원 빼서 1천 3백만원 받는 거라고 하는데 저는 어차피 제가 넣는 돈 3백만원은 2년 간 못 쓰니 제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1천 6백만원을 받는 걸로 생각해서 정신승리를 더 크게 했습니다. ㅋㅋ(만기가 되면 이자로 16만원 정도 더 줍니다) 

 

 제가 취업한 2018년은 청내공 제도가 생긴지 몇 년이 되지 않았던 때로 어디서 주워들었던 것 같습니다. 지인 중의 한 명이 정부 정책이나 지원 관련 제도에 대한 정보가 빠삭하신 분이 있어서 취업하기 전부터 취업을 하게 되면 꼭 청내공을 하라고 했었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대해서 어디서 들어는 봤다는 정도의 인지도가 있지만, 그 때 당시에는 모르는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아니 거의 다 물어보면 몰랐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취업한 회사에서는 어디서 들었는지, 그런 제도가 있다 정도를 알고 시도 해볼려는 의지가 있는 회사였고, 제가 입사하자 마자 제게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대해서 알아 보라고 했었습니다. 정부의 지원 사업이라는 것은 대부분 지원 대상자 혼자만 뭔가 액션을 취해 서류 제출하고, 신청하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ㅋㅋ 회사에서도 청내공을 한 명이 담당해서 정책과 그에 관련된 제출 서류, 방법들을 이해해야 해서 조금 눈치가 보이기도 합니다. 담당자가 청내공 신청을 할 때 꽤 까다로워했던 것 같은 기억이 납니다. 전화해서 물어보고, 사이트 죙일 붙잡고 있고 ㅋㅋ 정말 눈치보였었는데 ㅠㅠ 담당자는 아무런 혜택 받는 게 없잖아요?ㅠㅠ 

 

 참고로 그 때 당시 청내공은 두 가지 종류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2년 만기짜리 일반형, 다른 하나는 3년 만기 3천만원짜리 부산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3천만원 맞았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납니다. 저는 3년 짜리가 있다는 걸 2년짜리 일반형 신청 후 알게 되어 기왕하는 거 3년짜리로 전환해 보려고 했었는데.. 3년 만기인 부산형은 2월부터 신청이 가능한데 저는 1월에 이미 신청을 해버려서 티오가 없다고 전환 못 한다는 답변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 땐 뭐 이유가 납득이 안 가서 좀 따졌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아무튼 여차저차 이렇게저렇게 겨우겨우 청내공 신청을 마치고, 2018년 1월부터 시작된 걸로 쳐서 24회납이라는 목표가 시작 됐었습니다. 2년 근속하면서 월급은 월급대로 받고, 만기가 되면 1600만원에 이자까지 제 손에 쥐어지니 정말로 좋은 제도 아니겠습니까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일단 청내공을 한번 시작하면 2년 간 강제로 그 회사에서 그만 둘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금액이 금액인지라.. 쉽게 그만 둘 엄두가 안 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 만기금을 생각하면서 견뎌야죠 (금수저이고 싶다 ㅠㅠ 서럽다 ㅠㅠ) 중도에 공제를 해지하면 그 해당 기간만큼 넣은 돈과 청내공에서 나오는 일정 금액을 주지만 만기금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니 쉽게 해지할 생각을 못 합니다.

 

 청내공은 취업하자마자 바로 신청해야 되는 건 아닙니다. 입사자가 이 회사가 자신과 맞아 계속 잘 다닐 수 있는 좋은 회사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간을 줍니다. 그 기간은 한 달이었습니다. 한 달만에 회사 파악하기 혹은 확실한 자신의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문제 때문에 요즘은 세 달 정도로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우매한 중생이기 때문에 그냥 취직된 김에 청내공을 해버리자라는 마음에 청내공을 신청해버렸습니다. 지옥이 시작됐습니다. 회사 측에서 일부러 제가 청내공을 신청하길 기다렸다가 신청하자마자 그런 건 전혀 아니지만, 회사가 너무 빡샜습니다. 오래 다니던 사람들도 하나, 둘 나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설상가상 어리버리 얼타고 있던 제가 3개월차가 됐을 때, 저를 가르쳐 주던 사수도 갑작스럽게 퇴사해버렸습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루하루 견디고 견디어 나가다 보니 1년이 지났습니다. 그 때, 제게도 신입으로 부사수가 들어 왔었는데 그 친구도 청내공을 알고 있고, 회사에서도 그 친구가 들어오자마자 그 친구에게 청내공을 신청하라고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신입 친구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청내공 얘기가 나와서 청내공 관련 최신 얘기들을 들어봤습니다. 

 

 일단 청내공 5년에 5천만원짜리도 생겼다는 거 같았는데 제 기억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3년짜리도 다 없어지고 2년짜리 일반형으로 통합됐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가 막힌 내용이 청내공 제도가 생기고 저보다 앞서서 청내공을 시작한 사람들 중에 최초 2년 만기자가 나왔는데 그 최초 한 명 빼고 나머지는 다 못 견디고 퇴사를 해서 중도 해지를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가 막히기도 했지만 한 편으론 납득도 갔습니다. 

 

 중도퇴사자들의 사연에 대해 들어보니 가관이었습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시작하고부터 노예부리듯 부리는 기업주부터 일부러 사람을 더 안 뽑아주고 억지로 일하는 청내공 대상자 한 명에게만 업무를 몰아주는 기업주, 제일 가관인 건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신청해서 하고 있으니 2년 뒤면 목돈이 생길 것이니 그 금액만큼 연봉에서 차감하겠다'라는 악덕 기업주 등 모두 혀를 차게 만드는 악덕 기업주들의 만행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의 사장님은 그런 악덕 기업주는 아니었지만, 워낙에 일이 빡세다 보니 저도 그 사연을 듣고는 퇴사를 마음 먹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너무 힘드니 저도 모르게 주변에 늘 징징대기 일수였고, 나중엔 제 자신이 주변에 징징거린 걸 되돌아보니 창피해서 조용히 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일에 적응하고, 조금씩 능숙해지며 이를 악물고 견뎌나가다 보니, 어느 덧 만기가 다가오더군요 ㅠㅠ 

매달 해당 회차의 납입금이 자동이체로 빠져 나가면 빠져나갔다고 문자가 날아 옵니다. 24회 중 20회쯤 됐을 때부터 21회, 22회, 23회 문자가 날아 올 때마다 가슴이 벅찼습니다. 23회차쯤부터는 퇴사 계획을 세우고, 회사에 통보한 후 인수 인계를 하며 말년 병장 같은 두어 달을 보냈습니다.  

 

 24회 완납을 했을 땐, 공제만기해지를 신청하고 두 달 정도 있다가 만기금을 입금 받았습니다. 받기 전까지 얼마나 간졸였는지 

 

 저는 2018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청내공 일반형 2년을 채웠습니다. 그 당시 매일 같이 퇴사 생각을 하며, 내가 2년을 견딜 수 있을까 하며 우울해했었는데, 지금은 그 2년이 훨씬 지나버렸고 되돌아보고 있으니 잊혀지지 않을 추억이 되었네요 ^^ 마치 군대에 한 번 더 갔다 온 느낌도 살짝 듭니다. 현재는 이 돈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마땅한 생각이 안 나서 일단은 모으고 있습니다.

 

혹시 저처럼 힘든 환경에서 청내공을 견디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힘내시길 바랍니다. 포기하지 마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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