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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및 이야기

코로나 음성 판정 그래도 자가격리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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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부터 살살 시작되던 코로나가 결국 한 해를 넘겨버릴 상황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롤러코스터마냥 확진자 수치가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요 근래에 계속 수치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정말 심각하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직장 다니시는 분들도 불가피하게 버스나 지하철같은 대중교통으로 인해 사람들이 밀집된 공간을 이용하게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매일마다 계속해서 확진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전국민이 마스크 끼는 것을 의무화하며, 안 끼고 있으면 눈치가 보여서 돌아다니지도 못 할 정도의 반강제성까지 띄며 다들 만반의 경계태세를 나름 갖추고 있는데 어째서 걸리는 사람들이 있는 건지 말입니다. 어떤 때는 어떤 미국 사람이 말한 것처럼 코로나가 실제로 존재하긴 하는 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주변에 코로나에 걸렸다거나 코로나 확진자를 만나 봤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부산은 늘 자연 재해에 큰 피해를 입지 않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유명한 전염병들이 기승을 쳐도 제 주변에서 그 전염병에 걸렸다는 사람은 한 번도 못 봤습니다. 당장 제 기억에 남는 것만 해도 콜래라, 사스, 메르스, 신종 플루 등의 매서운 바이러스들이 있었지만 뉴스라는 딴 세상에서만 일어나는 일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전염병이 돈다는 뉴스에도 무덤덤합니다. 그렇다고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능동적이기 보다는 다수의 행동에 눈치껏 따르는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마음 속 저 깊은 곳 무의식에선 '설마 내가 걸리겠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안일'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서론을 펼치는 이유는 제가 저번 주에 겪은 일을 말씀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저는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불가피하게 대중교통을 타며 사람들과 마주치며, 회사 사람들을 만나고, 회사 거래처 사람과도 만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불가피하게 만났던 사람들 중에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의외로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 같습니다. 왜냐면 제가 그랬거든요 ㅠㅠ,,,,

 

 저번 주에 저를 만난 거래처분께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 확진자분이 저저번주에 가족모임을 했는데 그 모임에 유증상자가 있었고 그 분에게 감염되고 난 뒤 저를 만났다는 것이죠. 즉, 저는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인 거고, 저도 감염됐을 수 있다는 얘기였죠. 그것도 모르고 며칠을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가족들과 이야기 하고... 순간 가슴이 철렁했었습니다. 바이러스라는 게 정말 무섭게 퍼지는 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머리가 하얘지기도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났습니다. 

 

 일단은 제가 접촉자라는 걸 알게된 후 바로 보건소로 갔습니다. 보건소로 가는 길에 머리가 복잡했었습니다. 

-만약 내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 격리를 해야되는데 나는 혼자 살지 않으니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

-그렇다고 혼자서 호텔이나 모텔 같은 숙박시설에 갈려고 해도 그 업체에 민폐이고 그 업체에서도 안 받아 줄 건데?

답이 안 떠올랐습니다...

 

 한 편으론, 왜 계속 감염자가 나오는지 그제야서야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확진자와 접촉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확진자가 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이해되자 무서워졌었습니다...ㅠㅠ

 

 

 아무튼 마음을 좀 진정시키고 보건소에 도착한 후 침착하게 검사자분께 상담을 받으며 검사를 받았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서 그 확진자와 몇 분간 같이 있게 되었는지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검사해주시는 분께서 저를 안심시키려고 하셨는지 제 말씀을 들어보시더니 확진자와 같이 있었던 시간이 얼마 되지 않으셨으니 괜찮을 거라는 뉘앙스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제가 그 때 확진자분을 만나 뵀을 때, 확진자분께서는 마스크를 하고 계셨지만 저는 깜빡하고 마스크를 안 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 이유 없었습니다. 깜빡이고 뭐고 안일했던 거죠. 경각심, 심각성을 제대로 못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죠..  

 

 걱정스러운 마음이 떠나질 않는 상태로 목구멍, 콧구멍 쑤심을 당한 후 집으로 무거운 발 걸음을 옮겼습니다. (갈 때도 난처하더고요.. 택시 타고 갔는데 내가 확진자면 그 택시도 위험할 텐데... 방법은 없고... 참..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 일단은 마스크 바짝 끼고, 택시 창문 다 열고 타고 갔습니다..)

 

 집에 돌아와선 제 방에 소독을 다하고, 부모님께도 집에서 마스크 끼시라고 말씀드리고 종일 집 안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집에 있다가 보니 검사 받은 날 당일 밤 중에 보건소 공무원분의 전화가 와선 다시 한 번 경위를 물으시고, 몇 시간있다가 자가격리 2주 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몰랐는데 아직 검사결과가 양성인지, 음성인지 나오지 않았어도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것만으로도 안전을 위해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된답니다. 그 소식과 함께 이번엔 보건소가 아닌 구청의 한 공무원에게서 문자가 한 통 왔는데, 자신은 담당 공무원이며,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어플을 깔아서 자신의 코드 번호를 입력해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시키는 대로 하니 담당 공무원과 매칭이 되었고,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에 저의 위치를 설정하니, 일정시간마다 알람이 울리면서 자가진단을 하고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토요일 아침 일찍 보건소에서 검사결과 '음성'판정이 나왔다는 고맙고, 안심되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회사쪽에 이를 알렸습니다. 회사 사람들은 만약 제가 양성판정을 받았을 경우, 회사를 폐쇄해야 되는 상황이었답니다. 확진자분의 회사와 다른 몇몇 관련 회사들은 현재 다 폐쇄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등골이 서늘하더군요 ;;;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인 오늘 자가격리 시작 후 첫 평일로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재택근무를 했습니다. 이런 게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긴장됐으나 아침에 제 몸은 알아서 스스로 뜨끈뜨끈한 전기장판 위 이불 속에서 평소보다 좀 더 누워있더군요....회사 사람들과는 카톡과 메일을 주고 받으며 업무를 봤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가 됐을 때, 담당 공무원님께서 직접 저희 집 앞까지 오셔서 자가격리자 생존 키트를 문 앞에 두고 가셨습니다. 전화로 문 앞에 놔뒀으니 지금 가져가 달라고 했었습니다. 가져가는 걸 확인해야 한다고 했었습니다. 택배 받은 것마냥 큰 상자와 종이백을 갖고 집에 들어와서 뜯어보니 마스크와 손소독제, 체온계, 소독티슈, 의료 폐기물 수거용 비닐봉지, 자가격리 통지서, 생존키트 수령 확인서(서명 후 사진 찍어 보내줬습니다.), 비상식량세트 (비비고 찌개, 육개장, 볶음 김치, 참치, 리챔, 햇반, 김, 진라면, 오뚜기 카레, 짜장) 등이 들어있었습니다. (비상식량세트는 삼성에서 제공하는 거라는 지인의 말이 있더군요) 

마스크, 의료용 폐기물용 비닐봉지, 각종 서류, 손소독제, 체온계, 소독티슈

 

 

 

비상식량세트

 살다보니 이런 일을 다 겪어보네요 아니지.. "이런 일을 다 겪어보네요"라는 말 자체에도 약간 안일함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든지 경계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일인데!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아서 위기는 넘겼지만 앞으로 방심하지 않고 철저히 경계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저처럼 안일한 태도로 위기를 맞이하지 마시고 늘 경각심을 갖고 안전한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주말에도 고생 많으신 대한민국 공무원분들께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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