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생각 및 이야기

코로나19 자가격리 2주 해제 (그 동안의 생활)

반응형

 

지난 12월 09일 수요일에 오후 12시쯤에 거래처 직원분이 코로나19 확진자인 줄도 모르고 10분여 가량 접촉한 후 이틀이 지난 후인 금요일 오전 11시쯤에 그 거래처 직원분이 코로나19 확진자였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부리나케 보건소로 가서 상담 받고, 목구멍 쑤시기 검사와 콧구녕 쑤시기 검사를 받고나서 자가격리 통지를 받은 지 드디어 12일 정도가 지났습니다. 

 

저와 접촉하셨던 거래처 직원분은 그 전 주말에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모임에서 유증상자가 있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전염되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났을 때는 전염병의 파급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깨닫게 되기도 했었습니다. 좀비를 주제로 한 장르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인류 씨가 말라가는 묘사를 하는 게 작가의 괜한 오바가 아니었다는 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생판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서부터 건너서 건너서 바이러스가 접근해 오다니...;;;)

 

2020년 12월 11일부터 12월 23일까지의 자가격리 기간이 시작되고 나서부턴 집밖으로 한 발짝도 내밀지 않고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몇몇 지인들은 회사 출근 안 해도 된다고 부럽다고 했었지만, 저는 아직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사원이기에 눈치도 보이고 해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회사에선 재택근무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하고 휴가를 아직 못 가봤으니 휴가 받은 셈 치라고도 말씀해주셔서 마음이 한결 나아지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12월 14일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제 업무는 자재관리와 관련된 것이라서 주로 실물을 보며 일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에 재택근무가 가능할 것인가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회의 결과를 알려주기를 제 사수에게서 하루 하루 업무를 지시 받고, 매일마다 건강 상태와 함께 일일업무보고서를 제출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즉, 휴가마냥 놀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ㅠㅠ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은 자가격리할 때 그냥 놀았다며 저를 보고 좋겠다며, 그냥 놀아라는 지인도 있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 일어나서 컴퓨터를 키고, 카톡에 몸 상태를 보고하고, 과연 무슨 업무를 시키려나 하며 연락을 기다렸고, 카톡이나 전화로 업무를 할당받곤 했습니다. 업무는 주로 제가 평소에 하지 않던 업무여서 해결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이해해야 했습니다. (이건 좀 스트레스였습니다.) 마칠 때쯤 되면 일일업무보고서를 작성해서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며칠 생활하고 있는데, 회사 측에서 코로나19 지원금에 관한 연락이 왔습니다. 지원금이 나온다는 가정 하에 저의 격리기간 동안에 대한 임금은 월급에서 제외될 것이란 거였습니다. 뭐 월급이 좀 적게 나와도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돈이 있으니 별 문제 없었습니다. 근데 지원금의 명칭 중에 유급휴가비라는 게 있는 점과 제가 재택근무라도 근무를 했는데 회사 측에선 그 부분을 일한 걸로 치지 않고 월급에서 제외한다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렸습니다. 차라리 격리기간 동안 푹 쉬라고 했으면 무급을 깔끔히 인정하고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돈 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긴 했는데 뭐 그러려니 했습니다. 워낙 귀찮고 피곤해지는 걸 싫어합니다.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

 

재택근무라는 것이 낯설고 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좀 받았지만, 육체적 스트레스는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격리기간이 끝을 향해 갈수록 정신적으로 안정되었고, 요령도 피웠습니다. 잠도 업무상 연락 오기 전까지 계속 자고..ㅋㅋㅋ ;;; 업무 시간에도 지시받은 업무를 미리 끝냈을 땐 책도 보고, 인터넷도 좀 하고 했습니다. (간이 작아서 게임은 못 했습니다.)

퇴근 시간이 좀 남았을 때도 업무를 다 마쳤으면 그냥 마음 편히 쉬었습니다.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격리기간 10일차 쯤 됐을 때,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자가격리자는 자가격리 해제 이틀 전날에 재검사를 받아야 한답니다. 그래서 12월 22일에 재검사를 받으러 11일 정도만에 집밖으로 처음 나갔습니다. 재검사를 받으러 간다는 명분을 대서 그런지 제 사수께서도 그 날은 업무 지시를 하나도 안 내리셨습니다. 

 

처음 검사 받았던 날에는 검사 받으러 온 사람이 2~3명 정도밖에 없어서 거의 가자마자 검사를 받는 것이 가능했는데 재검사 받으러 간 날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검사 상담 대기줄이 길어서 보건소 바깥까지 이어졌습니다. 그걸 보니 괜히 겁이 났습니다. 실컷 격리생활 잘 하다가 나왔는데, 이렇게 감염 확률이 높은 사람들만 모아 놓은 곳에 제 발로 오다니... 그래서 주의를 기울여 앞 사람과 간격을 최대한 벌리고 절대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줄 서서 대기하다가 재검사를 받았습니다. (재검사 받으러 가는 도중에 '자가격리자 안전 보호' 어플에서 지정 위치에서 벗어났다고 계속 경고음이 떠서 무슨 전자발찌 끼고 있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ㅋㅋㅋ)

 

다음 날 검사 결과는 다행히도 다시 '음성' 판정이었습니다. 다음 날이 오늘이네요 ^^;; 처음 자가격리할 때 받은 인쇄물에 적힌 내용을 보면 자가격리는 자가격리 통지서에 적힌 격리 마지막날의 정오( 낮 12시)에 해제된다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낮 12시가 지나고 혹시나 해서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하니, 격리기간은 끝났고, '자가격리자 안전 보호' 어플은 삭제하시면 된답니다. 어플을 삭제하면서 이젠 매일 아침 9시30분에 자가진단 안 해도 되겠구나 하며 어플의 실행 화면을 기념삼아 캡쳐한 다음 삭제했습니다. 

 

어플을 삭제하고, 격리기간 동안 깎지 않았던 수염을 밀고, 집 밖으로 나가서 주민센터로 갔습니다. 저는 유급휴가비 대신 생활지원비를 신청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제 명의 통장과 격리 통지서를 가지고 갔습니다. 사회복지과쪽 담당 공무원이 몇 가지 결격 사유를 말해주곤 해당 사항이 없는지를 물었고, 없다고 하자 '생활지원비 신청서'를 작성해달라며 제게 줬습니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통장과 격리 통지서를 함께 제출하니, 끝났다고 가시면 된다고 했습니다. 지원비는 일주일 후에 지급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신분증은 안 봐도 되냐니깐 필요없답니다.)

 

집에 오니깐 제가 사는 주소지 관할 구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전화와서는 정신상담을 해주는데 받겠냐고 제게 물어봤습니다. 정신적으로 타격 입은 거 없으니 괜찮다고 하니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전화를 준 공무원이 밝은 목소리 그렇냐며 그럼 서비스 종료 메세지가 하나 갈 거라며 안부 인사를 하곤 끊었습니다. 

 

생활지원비 신청도 이렇게 잘 마무리했고, 업무 시간도 지나서 재택근무도 끝났습니다. 

 

내일부터 다시 정상 출근입니다.

 

직장인은 출근하는 그 일주일의 루틴에 빨리 젖어들어야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빨리 다시 적응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론 마스크 잘 끼겠습니다. 

 

버스 탈 땐, 창문 잘 열고 환기시키며 타겠습니다. 

 

모임 같은 곳엔 얼씬도 하지 않겠습니다.

 

손 자주 씻겠습니다.

 

또 뭐 없나요? 

 

대한민국 화이팅! 코로나 극복하자!

 

코로나 관련 글은 이제 끝! 

반응형